열여섯과 스물셋과 열아홉
©ohmyfilmbonita ©hbib127 진홍은 생각했다. 옆집 남자는 왜 저럴까. 왜 저렇게 오랜 그리움을 마주한 사람처럼 슬퍼 보일까. 뉴욕의 친절하지 않은 아파트, 비어 있던 층으로 이사 온 여자가 짐을 나르는 장면을 믿을 수 없다는 듯 한참이고 바라보던 남자의 눈 위로는 진홍이 잘 알고 있던 감정이 잔뜩 들어차 있었다. 그는 진홍을 만나 조금 기쁜 사람처럼, 그러나 무언가를 아주 오래 그리워한 남자처럼 제 이웃의 뺨 위로 머무른 시선을 거둘 줄 몰랐다. 왜 저럴까. 왜 저 남자는 처음 만난 나를 보며 슬퍼하는 걸까. 그리고 나는 왜 이렇게 슬픈 기분을 느낄까. 답을 알 수 없던 물음들이 진홍의 머릿속을 시시하고 빼곡하게 채워 갔다. 왜인지 익숙하게 따끔거리던 마음 속에 작은 가시가 박힌 것만 ..